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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살기 좋은 나라’라는 환상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은퇴하고 싶은 나라” 같은 이미지로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아 왔다. 맑은 공기, 깨끗한 자연, 안전한 치안. 여기에 덩치 큰 대도시가 없다는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천국 같은 삶’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정작 그 나라의 젊은이들은 그 천국을 떠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뉴질랜드 국적을 가진 사람 중 60만 명 이상이 호주에 거주한다. 전체 인구가 520만 명 남짓한 나라에서 10명 중 1명 이상이 해외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숫자가 “여행이나 워홀을 갔다가 정착한 사람들”을 포함한 정도가 아니라, 전문직·기술직·청년층 중심의 ‘핵심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 국토는 넓지만 ‘섬나라’ 특유의 구조적 한계

뉴질랜드는 남북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자연환경은 세계적으로 손꼽히지만, 지리적 고립성은 경제 측면에서는 분명한 약점이다.

  • 수출입 비용이 높다
  • 제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 기업이 대규모 고용을 만들기 힘들다
  • 시장 규모가 작아 스타트업이 크기 어렵다

많은 나라가 인구가 적어도 기술·금융·제조업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 성장해 왔지만 뉴질랜드는 이런 방향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다.
결국 경제는 자연스럽게 관광·교육·1차 산업·부동산 중심으로 흘러갔다.

문제는, 이들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2. 뉴질랜드 경제를 비틀어 놓은 ‘부동산 편중’

뉴질랜드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부동산”**이다.
나라 전체가 마치 집값 상승에 중독된 것처럼 세금·투자·정책이 오랜 기간 집에 몰려 있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개혁 과정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혜택이 커졌고, 그 뒤로 부동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의사가 돼도 집을 사기 어렵다.”

실제로 오클랜드와 웰링턴 같은 주요 도시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이 세계적으로 최악 수준이다.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집 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닫는다.

이 때 선택지는 단순해진다.

“뉴질랜드에 남아 평생 빚을 지거나,
아니면 호주로 건너가 조금 더 안정된 미래를 잡거나.”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후자를 선택한다.


3. 호주가 뉴질랜드 청년들을 빨아들이는 이유

두 나라 사이에는 사실상 **‘개방된 이동 시스템’**이 존재한다.
뉴질랜드인은 별도 비자 없이 호주에서 일하고 살 수 있다.

호주가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 임금 수준이 뉴질랜드보다 높고
  • 산업 구조도 다양하며
  • 기회도 넓고
  • 자산 형성 속도도 훨씬 빠르다

뉴질랜드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한 여성이 오클랜드의 높은 집세 때문에 고통을 겪다 결국 이사를 결심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흔하다.
호주에서 받는 연봉은 더 높고,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부담된다.

“기회가 넓은 나라” vs “기회가 막혀 있는 나라”
안타깝게도 많은 뉴질랜드 청년들에게 선택은 너무나 자명하다.


4. 인재 유출의 악순환과 생산성 정체

젊은 생산 인구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노동력 부족
  • 전문직 공백
  • 사회 인프라 관리 어려움
  • 세수 감소
  • 고령화 가속
  • 국가 경쟁력 저하

뉴질랜드는 이미 이런 악순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의료계·교육계·기술 분야는 인력 부족이 일상화되었고, 대체 인력을 외국에서 데려오지만 그들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호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력은 수적으로는 채워지지만, 국가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핵심 기술 인력은 계속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5. ‘살기 좋다’는 이미지가 가져온 역설

뉴질랜드는 분명 아름다운 나라다.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 풍경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행하기 좋은 나라와 살아가기 좋은 나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여행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 기반’이 약해지면서
뉴질랜드 사회는 점점 두 계층으로 나뉘고 있다.

  • 이미 집을 가진 50~60대
  • 평생 집을 사기 어려운 20~30대

이 간극은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


6.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2020년 이후 뉴질랜드 정부는 여러 개혁을 추진했다.

  • 부동산 투자 혜택 축소
  • 주택 공급 확대
  • 스타트업 지원
  • 디지털 노마드 유치
  • 우주·바이오·농업기술 산업 육성

문제는 이 변화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다.
이미 떠난 수십만 명의 인재가 돌아오기에는, 뉴질랜드의 ‘경제적 매력’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다만 기술 기반 산업(특히 로켓랩을 중심으로 한 우주 분야)이 성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희망적인 흐름이 보이기도 한다.


7. 뉴질랜드가 한국에 주는 경고

뉴질랜드 이야기가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배워야 할 지점이 많다.

  • 인구 감소
  • 저출산
  • 청년층 자산 형성 어려움
  • 기회가 수도권에만 몰림
  • 부동산 중심 경제 구조

이런 키워드를 보면 한국 역시 뉴질랜드와 닮아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때 나타나는 ‘세대 갈등’,
그리고 ‘청년층의 체감 박탈감’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

뉴질랜드는 조금 더 일찍 그 문제를 겪었고, 지금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국도 같은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례다.


8. 결론: 뉴질랜드의 위기는 소리 없이 다가온 ‘미래의 경고장’이다

뉴질랜드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기간 방치된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 작고 고립된 경제
  • 부동산에 몰린 자본
  • 높은 생활비
  • 낮은 생산성
  • 인재 유출
  • 고령화 가속

이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지금의 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단지 뉴질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 다른 나라, 특히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지금 ‘안전한 나라의 위기’라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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